
왕위에서 쫓겨난 어린 선왕 단종과 그를 맞이한 광천골 촌장 엄흥도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최근 예매율 1위를 탈환하며 흥행 청신호를 켠 작품인데요. 단순한 사극을 넘어 배우들의 디테일한 연기와 애드리브, 그리고 철저한 고증까지 더해져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오늘은 영화 속 애드리브 장면부터 캐스팅 비하인드, 그리고 의상 제작 과정까지 한 번에 정리해 보겠습니다.
1. 박지훈 애드리브 장면 – “알겠다, 기억하마”의 탄생
영화에서 유배지에 온 단종(이홍위)과 마을 사람들의 관계가 점점 가까워지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엄흥도가 다슬기를 직접 잡아왔다며 어필하는 순간, 단종이 웃음을 참고 “알겠다, 기억하마”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죠.
이 대사는 박지훈 배우의 현장 애드리브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는 캐릭터가 가벼워 보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애드리브를 최대한 자제했다고 밝혔습니다. 단종은 역사적 실존 인물이기 때문에 작은 대사 하나도 신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특히 욕설을 실수로 내뱉었다가 ‘시발점’으로 바꾸는 장면에서는 웃음을 참지 못해 여러 번 NG가 났다는 후문도 전해집니다.
2. 유해진 제안으로 탄생한 엔딩 장면
강가에서 단종이 손으로 물을 튀기며 노는 장면, 그리고 그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는 엄흥도의 시선. 사실 이 장면은 원래 대본에 없었다고 합니다.
유해진 배우가 촬영 중 박지훈이 물가에서 혼자 물장난 치는 모습을 보고 “실제 단종이라면 고향을 그리워하며 물장구를 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고, 이를 감독에게 제안해 탄생한 장면이라고 합니다.
이 장면은 어린 왕의 외로움과 어른들의 복잡한 감정을 동시에 담아내며 많은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습니다.
3. 박지훈 캐스팅 비하인드 – 한 달 만에 15kg 감량
장항준 감독은 드라마 ‘약한 영웅’을 보고 박지훈의 눈빛에서 단종의 내면을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나약해 보이지만 분노와 힘을 응축하고 있는 이미지가 감독이 그리던 단종과 정확히 맞아떨어졌다는 것이죠.
더 놀라운 사실은 박지훈이 유배된 단종의 병약한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한 달 만에 15kg을 감량했다는 점입니다. 운동이 아닌 식이 조절로 체중을 감량한 이유는, 근육이 생기면 유약한 이미지가 흐려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4. 전미도 출연 결심 이유 – 분량보다 따뜻한 스토리
매화 역을 맡은 전미도 배우는 처음에는 분량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 출연 제안을 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따뜻함에 끌려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감독은 전미도의 연기를 보고 캐릭터의 분량을 늘렸고, 실제 기록을 바탕으로 한 매화의 엔딩 장면까지 추가되었습니다.
참고로 매화는 실존 인물은 아니지만, 단종 유배 당시 궁녀가 동행했다는 기록에서 모티브를 얻어 창작된 캐릭터입니다.
5. 이준혁·안재홍 특별출연 비하인드
금성대군 역의 이준혁은 마지막까지 단종을 아끼는 충신의 이미지에 적합하다는 판단으로 캐스팅되었고, 흔쾌히 출연을 수락했다고 합니다. 또한 안재홍은 감독과의 인연으로 특별 출연하게 되었으며, 어떤 배역을 맡고 싶냐는 질문에 고민 없이 노루골 촌장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6. 유지태의 한명회 – 새로운 해석
영화 속 한명회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간신’ 이미지와는 다르게 그려집니다. 장항준 감독은 실제 기록에서 한명회가 ‘기골이 장대하다’고 묘사된 점에 주목해 유지태를 캐스팅했다고 밝혔습니다.
기존의 왜소하고 음험한 이미지가 아닌, 존재감과 카리스마를 갖춘 인물로 재해석한 것이 이번 작품의 차별점입니다.
7. 의상 제작 500벌, 철저한 고증
이번 영화를 위해 제작된 의상은 무려 500벌에 달합니다. 엄흥도의 경우 서민적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삼으로 만든 탄건을 착용했고, 조선 초기 시대상을 반영하기 위해 수염과 쪽머리 스타일까지 세심하게 고증했습니다.
특히 단종의 흑색 곤룡포는 실제 기록을 바탕으로 재현되었다고 하니, 제작진의 노력이 얼마나 치밀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 – 왜 지금 ‘왕과 사는 남자’인가
‘왕과 사는 남자’는 단순한 사극 영화가 아닙니다. 역사적 인물을 인간적으로 풀어내며, 관계와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배우들의 애드리브와 몰입, 그리고 철저한 고증이 만나 완성도를 끌어올렸습니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진한 감동과 여운으로 남는 영화. 올겨울, 깊은 울림을 원한다면 이 작품을 추천드립니다.